'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展

- 김경섭 개인전 -

 

"그의 인물그림 <absence>를 보았을 때, 우리는 멀리서 그려진 대상이 되었던 인물의 모습을 발견하고 다가가지만, 그 제목 'absence(부재)'가 말해주듯, 가까이 갈수록 그 인물형상의 명확함은 사라진다. 대신 우리의 눈 앞에는 마치 옵아트(Op Art)처럼 울러이는 듯한 흑과 백의 다양한 회색의 형상들과, 작가가 붓으로 물감을 얇게 펴가면서 만들어진 사진과 같이 매끄러운 표면만이 남는다." 김동현(독립 큐레이터)의 평론'흐려진 이미지, 그 다양한 해석들' 中 발췌

 

인사동 화봉갤러리 제2, 3전시장에서는 김경섭 작가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제목으로 인물군상을 주제로 현대사회의 냉철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전시를 기획합니다. 모호하게 흐릿한 인물상에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사람의 눈빛과 시선을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모호한 경계에서 보여지는 인물의 군상은 본연의 실체를 증발해 버리고 허상, 이미지만 남게 됩니다. 작가는 그 이미지를 '껍데기'로 보고 그것은 즉 실존이 아니라 부재와 상실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아웃 포커스된 인물은 개개인의 직업이나 특징, 장점,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그 사람만의 독특한 개성은 없는 모호한 존재, 익명적인 인간, 정체성의 부재, 허상 등의 기호로 사용됩니다. 매끄럽게 표현된 이미지 속에 내포된 현대사회의 군상들의 모습은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어지지 않는 현대인들의 차가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마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