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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어둠

오직 ‘먹’ 하나로만 밤 풍경을 그리는 이채영, 그녀의 밤은, 부재하지만 그로 인해서 더욱 존재하는 듯한 일상의 풍경들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골목’ 풍경이다.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법한 골목 풍경. 가보진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어디에선가 본 듯한, 마치 우리 동네인 것 같기도 한, 그런 보편적인 골목 말이다. 동네마다 모두 느낌이 다를 법도 한데, 각각의 골목들은 하나같이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이 있다. 이러한 ‘보통’의 느낌들이 오히려 신기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 골목, 골목마다 지니고 있는 특별함들은 시간으로 이어진다. 새벽 1시, 새벽 2시… 그녀의 모든 작품에는 시간이 들어있다. 시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낮과 밤을 구분하는 1차적이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수단이다. 낮의 세계와 밤의 세계가 천지차이듯이 그녀는 ‘낮’에는 느낄 수 없는, 오직 ‘밤’만이 갖고 있는 적막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어디선가 흘러 들어온 듯한 가로등불이 그 적막한 밤 속에서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다. 극과 극이라 공존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빛과 어둠은 그녀의 작품 안에 오묘하게 뒤섞여 있다. 그것은 어둠이었고 동시에 빛이다. 빛나는 어둠! 이것이 바로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밤’의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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